리스크를 식별했다고 해서 그 중요성을 충분히 이해한 것은 아니다. 어떤 리스크는 자주 발생하지만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고, 어떤 리스크는 발생 가능성이 낮더라도 현실화될 경우 기업에 매우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 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통제와 대응에 따라서도 실제 위험수준은 달라진다.
식별된 리스크의 원인과 발생 가능성, 영향, 현재의 관리상태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이를 리스크 분석이라고 한다. 리스크 분석의 목적은 리스크가 왜 발생할 수 있으며, 현실화될 경우 기업에 어떤 결과를 만들고, 현재 어느 정도 관리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데 있다.
리스크의 원인과 결과를 분석한다
리스크의 사건 자체만 바라보면 대응이 피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어떤 사건이 왜 발생할 수 있는지를 함께 살펴보아야 하는 이유이다.
예를 들어 제품의 품질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하자. 그 원인은 하나가 아닐 수 있다. 원자재의 품질이 일정하지 않거나 생산설비가 노후되었을 수 있고, 검사절차가 충분하지 않거나 업무 담당자의 숙련도가 낮을 수도 있다. 생산일정을 맞추기 위한 과도한 압력이 품질문제를 높이는 원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같은 품질사고라도 원인이 다르면 적절한 대응 역시 달라진다. 하나의 사건이 여러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제품 회수비용이 발생하고 고객이 피해를 입을 수 있으며, 규제기관의 조사나 기업의 브랜드와 신뢰 훼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리스크 분석에서는 원인과 사건, 영향의 관계를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 어떤 원인이 가장 중요한지와 여러 원인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하나의 사건이 어떤 2차적 영향을 만들 수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할 지점을 찾을 수 있다.
발생 가능성을 분석한다
리스크의 발생 가능성을 판단할 때에는 가능한 근거를 활용해야 한다. 과거의 발생횟수를 참고할 수 있으며, 산업의 사고 데이터와 외부 통계를 활용할 수도 있다. 기업 내부에서 나타나는 이상징후와 변화 추세 역시 발생 가능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리스크에 충분한 데이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사업과 기술, 규제 변화처럼 기업이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리스크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전문가의 판단과 유사 사례, 시나리오, 외부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정밀해 보이는 숫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왜 해당 리스크의 발생 가능성을 높거나 낮게 판단했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가이다. 어떤 데이터와 가정을 사용했는지, 어떤 조건이 변하면 발생 가능성도 달라지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새로운 통제를 적용했을 때 어느 정도 낮아질 수 있는지, 외부환경이 악화되면 얼마나 높아질 수 있는지도 함께 판단할 필요가 있다.
발생 가능성은 고정된 값이 아니다. 따라서 분석에서는 현재 수준뿐 아니라 변화의 방향과 판단의 근거를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
영향의 크기와 범위를 분석한다
리스크가 현실화되면 하나의 영향만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다. 재무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사업이 중단될 수 있으며, 고객과 임직원에게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법적·규제적 문제가 발생하거나 기업의 평판과 장기적인 경쟁력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리스크의 영향은 여러 차원에서 살펴보아야 한다.
직접적인 영향과 이후 확산되는 영향을 구분하여 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핵심 시스템이 중단되면 직접적으로 업무처리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그 결과 고객서비스가 중단되고 계약상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며, 사건이 장기화되면 고객 이탈과 신뢰 훼손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영향이 어디까지 확산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문제가 특정 부서에서 끝나는지, 여러 사업과 지역으로 확산되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자회사와 공급자, 고객에게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장기간 기업의 전략과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지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리스크 영향분석은 단순히 손실금액을 계산하는 과정이 아니다. 리스크가 현실화되었을 때 기업의 목표와 가치에 어떤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지를 이해하는 과정이다.
고유 리스크와 잔여 리스크를 구분한다
기업은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리스크에 대응하고 있다. 승인절차를 운영하거나 시스템 접근권한을 제한할 수 있으며, 보험에 가입하거나 공급자를 다변화하고 안전재고를 유지할 수도 있다.
리스크를 분석할 때에는 현재의 대응을 고려하지 않은 위험과 대응 이후에도 남아 있는 위험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통제와 대응이 없다고 가정했을 때의 위험을 고유 리스크라고 할 수 있으며, 현재 운영하고 있는 대응과 통제를 반영한 뒤에도 남아 있는 위험은 잔여 리스크이다.
이러한 구분은 현재의 대응이 실제로 어느 정도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정보 유출의 고유 리스크는 높을 수 있지만 접근통제와 암호화, 모니터링, 사고대응 체계를 운영하면 잔여 리스크는 낮아질 수 있다. 반대로 통제가 문서상으로만 존재하고 실제 업무에서는 제대로 수행되지 않는다면 잔여 리스크는 여전히 높을 수 있다.
따라서 통제가 존재하는지뿐 아니라 실제로 효과적으로 작동하는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다만 고유 리스크와 잔여 리스크에 지나치게 정밀한 숫자를 부여하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 현재의 대응이 없다면 어느 정도의 위험이 존재하는지, 대응 이후에도 어떤 위험이 남아 있는지를 구분하여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량분석과 정성분석을 함께 활용한다
리스크를 숫자로 표현할 수 있다면 비교와 의사결정에 도움이 된다. 예상되는 손실금액을 계산하거나 발생확률과 빈도를 추정할 수 있으며, 금리와 환율, 시장가격 변화에 따른 영향을 측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리스크를 정확하게 수치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문화의 악화가 얼마의 재무손실을 만들지 정확하게 계산하기 어렵고, 새로운 기술이 장기적으로 사업모델을 어떻게 변화시킬지도 하나의 숫자로 표현하기 어렵다. 평판과 윤리적 리스크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정량분석과 정성분석 가운데 어느 하나가 항상 더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없다. 측정 가능한 리스크에는 정량적인 방법을 활용할 수 있고, 데이터가 제한되거나 불확실성이 큰 영역에서는 정성적인 판단과 시나리오가 더 유용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두 방법을 함께 사용할 수도 있다.
정량분석은 리스크의 규모와 범위를 보여주는 데 유용하고, 정성분석은 숫자에 담기기 어려운 맥락과 불확실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측정하기 쉽다는 이유만으로 어떤 리스크를 더 중요하게 보아서도 안 되며, 측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중요한 리스크를 배제해서도 안 된다. 리스크 분석의 목적은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수준까지 리스크를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다. © grcbusi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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