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성장하면 기업을 소유한 사람과 실제로 경영하는 사람이 달라질 수 있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는 현대 기업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중요한 구조이다. 동시에 권한을 위임받은 사람이 그 권한을 기업의 목적에 맞게 사용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하는 문제를 만든다.
이 때문에 소유와 경영의 분리는 기업 거버넌스가 필요한 중요한 구조적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기업의 성장과 경영의 위임
기업의 규모가 작을 때에는 소유자가 직접 주요 업무를 관리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이 성장하고 사업이 복잡해지면 한 사람이 모든 분야를 직접 판단하기 어렵다. 제품과 기술, 재무와 인사, 법률과 해외사업 등 서로 다른 전문성이 필요해진다.
기업은 전문적인 경영능력을 가진 사람에게 권한을 맡기게 된다. 권한의 위임은 기업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인다. 현장에 가까운 사람이 더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신속하게 판단할 수도 있다.
그러나 동시에 새로운 문제가 생긴다. 권한을 위임받은 사람이 그 권한을 기업의 목적에 맞게 사용하고 있는지를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라는 문제이다.
거버넌스는 권한 위임을 가능하게 하면서 그 권한의 행사와 결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드는 구조이다.
주주·이사회·경영진의 위임 관계
대규모 기업의 권한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구조를 따라 위임된다.
주주 → 이사회 → 경영진 → 조직의 관리자와 구성원
주주는 이사를 선임한다. 이사회는 기업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수행하고 경영진을 선임·감독한다. 경영진은 기업의 일상적인 운영을 담당하며 다시 조직 내부의 관리자와 구성원에게 필요한 권한을 위임한다.
따라서 기업에서는 하나의 위임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단계의 위임이 연속적으로 이루어진다. 이 구조에서 중요한 것은 각 단계의 권한과 책임이 분명해야 한다는 점이다. 누가 무엇을 결정할 수 있는지, 누구에게 보고해야 하는지, 결과에 대해 누구에게 설명해야 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정보 비대칭과 대리인 문제
권한을 위임하면 정보의 차이가 발생한다. 기업을 매일 운영하는 경영진은 주주나 사외이사보다 기업에 관한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 이러한 상태를 정보 비대칭이라고 한다.
정보 비대칭 자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사회가 기업의 모든 업무를 경영진과 같은 수준으로 직접 알 수는 없다. 문제는 이러한 정보의 차이가 책임 있는 판단과 감독을 방해할 때 발생한다.
경영진이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제공하거나 중요한 위험과 실패 가능성을 축소할 수 있다. 자신의 보상과 지위를 기업의 장기적인 이익보다 우선할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는 대리인 문제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거버넌스가 모든 경영자를 의심하는 제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거버넌스는 권한을 위임하되, 필요한 정보와 감독을 통해 그 권한이 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이다.
신뢰와 감독은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 아니다. 책임 있는 위임을 위해서는 둘 다 필요하다.
지배주주와 소수주주의 이해상충
소유와 경영의 분리만으로 모든 기업의 거버넌스 문제를 설명할 수는 없다. 소유가 넓게 분산된 기업에서는 주주와 경영진 사이의 이해상충이 중요하게 나타날 수 있다. 반면 지배주주가 존재하는 기업에서는 지배주주와 소수주주 사이의 이해상충이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지배주주는 기업의 장기적인 방향과 경영 안정성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배력을 기업 전체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면 기업의 가치와 소수주주의 권리가 훼손될 수 있다. 특수관계자 거래, 회사기회의 이용, 불공정한 자원 배분 등이 이러한 문제와 연결될 수 있다.
거버넌스는 경영진만 감독하는 구조가 아니다. 기업에서 중요한 권한과 영향력을 가진 모든 주체가 그 권한을 기업의 목적과 정당한 절차에 따라 행사하도록 만드는 구조이다.
위임에는 감독과 통제가 필요하다
기업은 권한 위임 없이 운영될 수 없다. 그러나 권한을 위임했다고 해서 그 권한의 행사를 확인할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사회의 경영진 감독, 중요한 정보의 보고, 경영진 평가와 보상, 내부통제, 내부감사와 외부감사, 공시, 이해상충 관리는 위임된 권한의 행사를 확인하는 다양한 장치이다.
이러한 장치의 목적은 경영진과 구성원의 모든 행동을 통제하는 데 있지 않다. 필요한 자율성을 보장하면서도 권한이 정해진 목적과 기준에서 벗어날 경우 이를 발견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따라서 권한을 위임할수록 감독을 늘려야 한다는 단순한 관계로 이해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위임되는 권한의 중요성과 리스크에 맞는 감독과 정보체계를 함께 설계하는 것이다. ⓒ grcbusi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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