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관리는 위험을 찾는 데서 시작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무엇이 중요한 리스크인지 판단하려면 먼저 기업이 어떤 환경에서 어떤 목표를 추구하고 있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같은 사건이라도 기업의 전략과 사업모델, 자원과 역량에 따라 그 영향은 달라진다. 새로운 규제가 모든 기업에 동일하게 적용되더라도 이를 준비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이 받는 영향은 다를 수 있다. 같은 공급중단도 여러 대체 공급자를 확보한 기업과 하나의 공급자에 의존하는 기업에는 서로 다른 리스크가 된다.
리스크를 식별하고 평가하기 전에 기업이 어떤 환경에 놓여 있으며 무엇을 대상으로 어느 범위까지 살펴볼 것인지 먼저 정해야 한다.
리스크 관리는 경영환경 이해에서 시작한다
기업은 외부환경과 내부환경의 영향을 동시에 받는다. 외부에서는 시장과 경쟁구조가 변하고 기술이 발전하며 규제가 달라진다. 경제상황과 금리, 환율도 변할 수 있고 고객의 요구와 사회적 기대 역시 계속 변화한다.
기업이 이러한 변화를 직접 통제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외부환경의 변화가 자신의 사업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는 분석할 수 있다.
내부환경도 중요하다. 기업이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사업모델을 통해 수익을 만드는지, 조직구조와 의사결정 방식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어떤 인력과 기술, 자본과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는지와 기업문화와 내부통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중요한 내부조건이다.
이러한 내부조건에 따라 같은 외부 변화도 서로 다른 리스크를 만든다. 예를 들어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기술 역량을 갖춘 기업에는 새로운 성장기회가 될 수 있지만, 오래된 시스템과 부족한 디지털 역량을 가진 기업에는 경쟁력 약화라는 중요한 리스크가 될 수 있다.
리스크 관리에서 중요한 것은 외부의 위험요인을 따로 모아 목록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외부환경의 변화가 기업의 전략과 역량, 구조와 만나 어떤 불확실성을 만드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부환경과 외부환경을 함께 살펴본다
외부환경에는 기업이 직접 통제하기 어려운 다양한 변화가 존재한다. 경제성장률과 물가, 금리와 환율이 달라질 수 있으며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하거나 산업의 기술표준이 바뀔 수도 있다. 새로운 법률과 규제가 도입되고 고객의 소비방식과 사회적 기대가 변화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외부환경의 변화만으로 리스크의 크기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내부역량과 취약성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가격 인상분을 고객에게 어느 정도 전가할 수 있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이 받는 영향은 다르다. 사이버공격 가능성이 높아지더라도 기업이 갖춘 보안체계와 복구능력에 따라 실제 위험수준은 달라질 수 있다.
리스크의 외부환경과 내부환경을 각각의 목록으로만 정리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기업이 외부 변화에 대응할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현재의 전략이 새로운 환경에서도 유효한지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 특정 사업이나 자원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지는 않은지, 현재의 강점이 환경 변화에 따라 오히려 약점이 될 가능성은 없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리스크 관리에서 환경분석의 목적은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기보다는 기업이 어떤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어디에서 취약해질 수 있는지를 이해하는 데 있다.
리스크 관리의 대상과 범위를 정한다
리스크 관리는 기업 전체를 대상으로 할 수도 있고 특정한 사업이나 업무를 대상으로 할 수도 있다. 기업 전체의 전략과 주요 리스크를 살펴볼 수 있으며 특정 사업부나 자회사를 대상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신제품 개발이나 기업 인수와 같은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할 수도 있고, 하나의 업무 프로세스나 정보시스템을 중심으로 리스크를 살펴볼 수도 있다.
리스크 관리를 시작할 때는 무엇을 대상으로 살펴보는지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
범위를 정할 때에는 어떤 목표를 대상으로 하는지와 어떤 사업과 조직을 포함하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어느 기간을 대상으로 평가할 것인지, 어떤 자산과 이해관계자를 고려할 것인지도 정해야 한다. 어떤 종류의 리스크를 포함할 것인지와 평가 결과를 어떤 의사결정에 활용할 것인지 역시 범위 설정에 영향을 준다.
범위가 지나치게 넓으면 많은 리스크가 나열될 수 있지만 실제 관리에는 활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반대로 지나치게 좁으면 서로 연결되어 있는 중요한 리스크를 놓칠 수 있다. 리스크 관리의 범위가 넓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해당 의사결정과 관리 목적에 필요한 수준으로 범위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가기준과 시간범위를 정한다
여러 리스크를 비교하고 중요도를 판단하려면 일정한 평가기준이 필요하다. 발생 가능성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 정해야 하며, 영향의 수준도 일정한 기준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영향을 평가할 때는 재무적인 결과뿐 아니라 운영과 고객, 법규와 안전, 평판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고려할 수 있다.
시간범위 역시 중요하다. 향후 1년을 대상으로 하는 평가와 5년 또는 10년을 대상으로 하는 전략적 리스크 평가는 서로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중요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기업의 사업모델을 크게 흔드는 리스크가 있을 수 있으며, 반대로 장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당장 현금흐름이나 핵심업무를 위협하는 위험도 있다.
따라서 평가기준은 리스크 관리의 목적과 시간범위에 맞아야 한다.
기업 내부에서 일정한 기준을 공유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 부서에서 ‘중대한 영향’이라고 판단하는 수준과 다른 부서에서 사용하는 기준이 크게 다르면 기업 전체 차원에서 리스크를 비교하기 어렵다. 공통된 기준은 조직이 같은 언어로 리스크를 논의하고 우선순위를 판단하도록 돕는다.
그러나 평가기준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세밀하면 오히려 평가점수 자체에 집중하게 될 수 있다. 좋은 평가기준은 정교해 보이는 기준이 아니라 중요한 리스크를 일관되게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는 기준이다.
환경 변화에 따라 범위를 다시 설정한다
리스크 관리의 범위와 기준은 한 번 정하면 계속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환경과 전략이 바뀌면 살펴보아야 할 리스크도 달라진다.
기업은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거나 다른 기업을 인수할 수 있으며, 기존 사업을 매각하거나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수도 있다. 규제환경이 크게 바뀌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변화가 발생하면 기존의 리스크 관리 범위가 더 이상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국내사업만 하던 기업이 해외시장에 진출하면 환율과 현지 규제, 국제 공급망과 현지 사업 파트너가 새롭게 중요한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 클라우드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 외부 기술업체와 데이터, 사이버 리스크의 중요성도 달라질 수 있다.
이처럼 중요한 전략적 변화가 발생했다면 기존 리스크 목록의 점수만 수정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무엇을 리스크로 볼 것인지, 어떤 범위와 기준으로 이를 평가할 것인지부터 다시 검토해야 한다. 기업이 변하면 리스크를 바라보는 범위와 기준도 함께 변해야 한다. © grcbusi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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