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를 이야기하면 손실과 사고를 먼저 떠올리기 쉽고, 리스크 관리 역시 기업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활동으로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기업이 모든 위험을 피하려 한다면 새로운 기회를 추구하기 어렵다.
새로운 시장에는 성장의 가능성과 실패의 가능성이 함께 존재하고, 신기술 투자에는 혁신의 기회와 투자 실패의 위험이 동시에 존재한다. 기업 인수 역시 빠른 성장을 가능하게 할 수 있지만 예상했던 성과를 만들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리스크와 기회를 완전히 반대되는 개념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기업의 중요한 선택에는 대체로 기대되는 기회와 그 기회를 추구하면서 감수해야 하는 불확실성이 함께 존재한다.
기회에도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기업은 성장하기 위해 새로운 기회를 찾는다. 신제품을 개발하고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며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기업을 인수하거나 다른 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는 것도 새로운 가치를 만들기 위한 선택이다.
그러나 이러한 선택의 결과는 확실하지 않다. 신제품이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으며, 새로운 시장의 수요가 예상보다 클 수도 있고 작을 수도 있다. 기업 인수도 높은 시너지를 만들 수 있지만 조직 통합에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기회 자체가 불확실성을 포함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기회를 추구할 때는 기대되는 성과와 실패 가능성을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 그렇다고 실패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좋은 기회를 포기해서도 안 된다. 리스크 관리의 역할은 기회를 막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기회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감수하게 되는 불확실성을 이해하고 판단하도록 하는 데 있다.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으면 기회도 줄어든다
모든 위험을 낮추는 것이 가장 좋은 전략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이 지나치게 위험을 피하면 그 선택 자체에서 또 다른 리스크가 발생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신기술에 투자하지 않으면 기술투자 실패의 위험은 줄어들지만 경쟁기업이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여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지 않으면 진입 실패는 피할 수 있지만 기존 시장이 축소될 경우 새로운 성장기회를 잃을 수 있다. 인재와 조직에 대한 투자를 줄이면 단기적인 비용은 감소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기업의 역량과 혁신능력이 약화될 수 있다.
이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결정이며, 그 결정에도 리스크가 존재한다. 기업은 행동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위험뿐 아니라 행동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위험도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
리스크 관리가 지나치게 방어적으로 운영되면 모든 새로운 시도를 ‘위험하다’는 이유로 막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리스크 관리는 기업을 보호하는 기능을 넘어 변화와 성장을 제약하는 기능으로 작동할 수도 있다.
전략적 선택은 리스크 선택이다
기업의 자원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 시장에 동시에 진출하거나 모든 기술에 투자할 수 없으며, 모든 고객과 사업기회를 추구할 수도 없다. 따라서 전략은 본질적으로 선택의 과정이다.
기업은 어떤 시장에 집중할 것인지, 어떤 제품과 고객을 우선할 것인지, 어떤 기술과 사업모델에 투자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이러한 전략적 선택은 동시에 어떤 리스크를 감수할 것인지 선택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해외시장에 진출하면 환율과 규제, 현지 사업환경의 리스크를 감수하게 된다.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면 기술 실패와 보안, 데이터와 관련된 문제를 감수할 수 있다. 높은 성장을 추구하면 더 많은 자본과 조직 역량이 필요하고, 실행에 실패했을 때의 영향도 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략과 리스크를 별개의 문제로 논의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전략을 먼저 정한 뒤 리스크 관리가 나중에 위험을 점검하는 방식만으로는 중요한 선택의 질을 충분히 높이기 어렵다. 전략적 의사결정은 어떤 기회를 추구할 것인지와 그 과정에서 어떤 리스크를 감수할 것인지를 동시에 판단하는 과정이다.
상방과 하방을 함께 본다
전략적 의사결정에서는 기대되는 성과와 실패 가능성을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 상방은 선택이 성공할 경우 기업이 얻을 수 있는 가치와 기회를 의미하고, 하방은 선택이 실패하거나 예상과 다르게 진행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손실과 영향을 의미한다.
어떤 투자는 성공할 경우 매우 큰 가치를 만들 수 있으면서도 실패했을 때의 손실을 기업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반대로 기대수익은 제한적이지만 실패하면 기업의 존속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선택도 있다. 따라서 기대수익만을 비교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기업은 선택이 성공했을 때 어떤 가치를 얻을 수 있는지와 실패했을 때 어떤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지를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 실패하더라도 기업이 그 영향을 감당할 수 있는지, 상황이 달라질 경우 전략을 수정하거나 철수할 수 있는지도 판단해야 한다. 아울러 실패 가능성과 영향을 줄이기 위해 어떤 대응을 할 수 있는지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항상 가장 안전한 대안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목적과 역량에 맞는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적절한 기회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리스크 관리는 기회를 가능하게 한다
리스크 관리가 잘되는 기업은 위험을 전혀 감수하지 않는 기업이 아니다. 자신이 어떤 리스크를 감수하고 있는지를 이해하고, 그 리스크를 어느 범위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 알고 있는 기업이다.
이러한 기업은 중요한 위험이 현실화될 경우 어떤 영향을 받을 수 있는지 이해하고 있으며, 필요한 대응과 통제를 준비한다.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신호도 지속적으로 살펴본다. 이를 통해 불확실성을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기회를 추구할 수 있다.
반대로 리스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기업은 두 가지 극단에 빠질 수 있다. 위험을 과소평가하여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행동하거나, 위험을 두려워하여 좋은 기회까지 포기할 수 있다. 따라서 리스크 관리의 수준을 기업이 얼마나 위험을 줄였는지만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기업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리스크를 얼마나 합리적으로 선택하고 관리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지금까지 우리가 논의한 리스크 관리의 결론도 여기에 있다. 리스크 관리의 궁극적인 목적은 기업을 모든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있지 않다. 기업이 불확실성을 이해하고,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를 책임 있게 감수하면서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 © grcbusi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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