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서는 리스크, 이슈, 위기라는 표현이 혼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미 문제가 발생했는데도 리스크라고 부르거나, 일상적인 업무문제를 위기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세 개념을 구분하는 것은 단순히 용어를 정확하게 사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상태가 달라지면 관리해야 할 대상과 필요한 대응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리스크는 아직 발생하지 않은 불확실성을 다루고, 이슈는 이미 발생하여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다룬다. 위기는 정상적인 대응범위를 넘어 기업의 핵심 기능과 존속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을 다룬다.
리스크는 아직 발생하지 않은 불확실성이다
리스크는 미래와 관련된 개념으로, 어떤 사건이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고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핵심 원자재 공급업체의 재무상태가 악화되고 있다고 하자. 현재는 공급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공급업체가 생산을 중단하면 기업의 생산에도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 단계에서 공급중단은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하나의 리스크이다.
기업은 이러한 상황이 실제로 발생하기 전에 대비할 수 있다. 공급업체의 재무상태를 모니터링하면서 대체 공급자를 확보하거나 안전재고를 늘릴 수 있으며, 필요한 경우 계약조건을 조정할 수도 있다. 리스크 관리가 기본적으로 사전적인 성격을 가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업은 미래에 무엇이 발생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고, 목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불확실성에 미리 대비한다.
이슈는 이미 발생한 문제이다
앞의 사례에서 공급업체가 실제로 생산을 중단했다고 하자. 이제 공급중단은 미래의 가능성이 아니라 기업이 해결해야 하는 현실의 문제가 된다. 리스크가 현실화되어 이슈가 된 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발생 가능성을 평가하는 것보다 현재의 상황과 영향을 파악하고 대응하는 일이 중요하다. 남아 있는 재고와 영향을 받는 제품을 확인하고, 대체 공급자로 얼마나 빨리 전환할 수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고객 주문에 미치는 영향도 확인해야 하며, 문제 해결을 누가 책임질 것인지도 정해야 한다.
이슈 관리는 이처럼 이미 발생한 문제의 해결과 후속조치를 중심으로 한다. 리스크와 이슈의 기본적인 차이는 발생 이전과 이후에 있다.
다만 실제 기업에서는 하나의 문제에서 현재 발생한 영향과 앞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이미 발생한 문제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영향을 구분하여 관리하면 대응의 목적과 책임을 보다 분명하게 할 수 있다.
위기는 정상적인 대응범위를 넘어선다
모든 이슈가 위기가 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은 일상적으로 제품의 일부 공급 지연이나 작은 시스템 장애, 고객 불만, 계약 분쟁과 같은 여러 문제를 경험한다. 이러한 문제의 대부분은 기존의 조직과 절차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사건은 평상시의 대응범위를 넘어선다. 기업의 핵심 업무가 장기간 중단되거나 고객과 임직원의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대규모 재무손실이 발생하거나 기업의 신뢰가 급격하게 훼손될 수도 있다. 짧은 시간 안에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고 최고경영진이나 이사회의 관여가 필요한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평상시의 의사결정 체계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도 신속하게 판단해야 하고 여러 부서가 동시에 대응해야 하며, 고객과 임직원, 규제기관, 주주 등 여러 이해관계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수도 있다. 위기는 이처럼 정상적인 관리체계를 넘어서는 특별한 대응을 필요로 한다.
리스크는 어떻게 이슈와 위기로 발전하는가
리스크가 반드시 이슈를 거쳐 순차적으로 위기로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갑작스러운 자연재해나 대규모 사이버공격처럼 짧은 시간 안에 위기로 전환되는 사건도 있다. 그러나 많은 위기는 발생하기 전부터 여러 경고신호를 보여준다.
공급업체의 납품 지연이 반복되거나 시스템 장애가 점점 자주 발생할 수 있다. 고객 불만과 내부신고가 계속 증가하거나 재무상태가 악화되는 거래상대방에 대한 경고가 나타날 수도 있다. 이러한 신호가 조직 안에서 제대로 전달되지 않거나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으면 작은 문제가 점차 확대될 수 있다.
리스크가 현실화되면 이슈가 되고, 이슈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면 그 영향이 커질 수 있다. 여기에 보고가 늦어지고 책임까지 불분명해지면 문제가 정상적인 관리범위를 넘어설 가능성이 커진다.
이 때문에 리스크 관리에서는 사건 자체뿐 아니라 변화의 신호와 에스컬레이션도 중요하다. 작은 문제가 반복될 때 이를 각각의 개별적인 사건으로만 볼 것인지, 아니면 구조적인 위험을 보여주는 신호로 볼 것인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리스크·이슈·위기에는 서로 다른 관리가 필요하다
리스크, 이슈, 위기를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각각에 필요한 관리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리스크는 아직 발생하지 않았으므로 식별하고 분석하면서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 이슈는 이미 발생한 문제이므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책임자를 정하여 해결해야 한다. 위기는 기업의 정상적인 운영능력을 넘어설 수 있으므로 신속한 의사결정과 핵심업무 보호, 커뮤니케이션과 복구가 필요하다.
이를 간단하게 정리하면 리스크에서는 대비, 이슈에서는 해결, 위기에서는 대응과 회복이 중요하다.
그러나 세 과정은 서로 분리되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연결되어야 한다. 이슈가 발생했다면 기존의 리스크 평가가 무엇을 놓쳤는지 확인해야 하고, 위기를 경험했다면 기업의 리스크 관리와 대응계획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반복적인 이슈가 나타난다면 이를 구조적인 새로운 리스크로 다시 정의해야 할 수도 있다.
리스크, 이슈, 위기를 구분하는 목적은 각각의 업무를 서로 분리하는 데 있지 않다. 불확실성이 현실의 문제로 변하고 그 영향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상태의 변화를 파악하고, 각 단계에 적합한 대응을 하기 위한 구분이다. © grcbusi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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