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거버넌스에서 주주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러나 주주를 단순히 ‘회사의 주인’이라고 표현하는 것만으로는 주주의 지위와 역할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주주는 기업이 발행한 주식을 보유하고, 그에 따라 일정한 경제적 권리와 의사결정 참여권을 가진다. 그러나 회사의 자산을 직접 소유하거나 일상적인 경영을 직접 수행하는 주체는 아니다. 회사는 주주와 구별되는 독립된 조직이며, 일상적인 운영은 이사회와 경영진의 권한에 속한다.
따라서 주주의 권리는 기업을 직접 경영하기 위한 권한이 아니라 기업의 기본 구조에 참여하고 이사회와 경영진의 책임을 확인하기 위한 거버넌스 장치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주주의 지위와 권리
주주는 기업에 자본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주식을 보유한다. 주식은 경제적 이익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의 기초가 된다. 기업이 이익을 창출하고 배당을 결정하면 주주는 보유한 주식에 따라 배당을 받을 수 있다. 기업가치가 상승하면 주식가치도 높아질 수 있다.
동시에 주주는 기업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 이사의 선임과 해임, 정관 변경과 같은 기본적인 거버넌스 사항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주주의 권리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기업의 경제적 성과에 참여할 권리이다.
둘째, 기업의 기본적인 의사결정에 참여할 권리이다.
셋째, 기업과 이사회가 자신의 책임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권리이다.
그런데 주주가 이러한 권리를 가진다고 해서 기업의 일상적인 의사결정까지 직접 수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성장하고 복잡해질수록 수많은 사업판단을 전문적인 경영진에게 맡길 필요가 있다. 따라서 주주권은 기업경영 전반을 직접 통제하는 권한이라기보다 기업의 기본적인 책임구조에 참여하는 권한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주주총회의 역할과 의사결정 범위
주주총회는 주주가 자신의 의사를 공식적으로 표시하는 기관이다. 주주총회에서는 이사의 선임과 정관의 변경 등 기업의 기본 구조와 관련된 중요한 사항을 결정한다. 구체적인 권한은 기업의 형태와 적용 법률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주주총회는 기업의 거버넌스 구조와 책임관계에 참여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주주총회가 기업의 모든 경영사항을 직접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제품을 어떻게 개발할지, 어느 시장에 진출할지, 어떤 사람을 채용할지, 예산을 어디에 배분할지는 대부분 이사회와 경영진의 권한에 속한다. 따라서 주주총회의 역할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주주총회는 기업을 직접 운영하는 기관이 아니라 기업의 기본 구조를 결정하고, 이사회 구성에 참여하며, 그 책임을 확인하는 기관이다.
이러한 역할 구분이 분명해야 주주와 이사회, 경영진 사이의 책임도 명확해진다. 주주가 지나치게 경영에 개입하면 경영진의 책임과 자율성이 약화될 수 있다. 반대로 주주의 권리가 형식적으로만 존재하면 이사회와 경영진에 대한 책임 확인 기능도 약해진다.
의결권·정보권·주주제안권
주주의 거버넌스 참여에서 가장 기본적인 수단은 의결권이다. 그러나 의결권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려면 판단에 필요한 정보가 함께 제공되어야 한다. 주주가 무엇을 판단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면 투표권이 있어도 책임 있는 의사결정을 하기 어렵다.
따라서 의결권과 정보권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주주가 주요 안건을 이해하려면 기업은 필요한 정보를 정확하고 충분하게, 적절한 시점에 제공해야 한다. 정보가 지나치게 늦게 제공되거나 핵심적인 내용이 빠져 있다면 주주의 의결권은 형식적인 절차에 머물 수 있다.
주주제안 역시 중요한 참여수단이다. 주주는 일정한 요건 아래 기업의 중요한 문제를 공식적인 안건으로 제기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이사회와 경영진이 충분히 다루지 않은 문제를 거버넌스의 공식적인 논의로 가져올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권리의 수가 많으냐가 아니다. 주주가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지배주주와 소수주주의 관계
기업의 소유구조에 따라 거버넌스의 문제도 달라진다. 주식 소유가 넓게 분산된 기업에서는 경영진이 강한 영향력을 가지면서 주주의 효과적인 감독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지배주주가 존재하는 기업에서는 지배주주와 소수주주 사이의 이해상충이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지배주주는 기업의 장기적인 방향과 경영 안정성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지배력을 이용하여 기업 전체나 다른 주주보다 자신의 이익을 우선한다면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기업 거버넌스는 두 가지 위험을 함께 다루어야 한다. 하나는 경영진이 기업의 장기적 가치에서 벗어나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문제이다. 다른 하나는 지배주주가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소수주주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기업의 자원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사용하는 문제이다.
소수주주 보호의 핵심은 모든 주주에게 언제나 같은 결과를 제공하는 데 있지 않다. 중요한 것은 지배력을 가진 주체가 정당한 절차와 공정한 기준 없이 다른 주주의 권리를 침해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책임 있는 주주권 행사
주주의 권리는 기업의 책임을 확인하기 위한 중요한 장치이다. 그러나 주주 역시 권리를 행사할 때 기업의 장기적인 가치와 다른 주주의 권리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인 주가 상승이나 배당만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면 기업은 연구개발, 인력개발, 안전, 내부통제와 같은 장기적인 투자를 충분히 하기 어려울 수 있다.
반대로 주주가 기업의 중요한 의사결정과 이사회 구성에 무관심하다면 이사회와 경영진에 대한 책임 확인 기능도 약해질 수 있다.
책임 있는 주주권 행사는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고, 단기성과와 장기적인 기업가치를 함께 고려하며, 이사회 구성과 기업의 중요한 리스크에 관심을 가지는 것을 포함한다.
주주는 기업을 직접 운영하지 않는다. 대신 이사를 선임하고 중요한 사항에 의결권을 행사함으로써 기업의 기본적인 거버넌스 구조를 형성한다. 그렇게 구성된 이사회가 기업의 방향과 경영진 감독을 담당한다. © grcbusi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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