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윤리를 이야기할 때 가장 자주 혼동되는 것이 법과 컴플라이언스의 관계이다. 법을 잘 지키는 기업을 윤리적인 기업이라고 볼 수 있는지,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잘 운영하면 기업윤리도 충분히 확보되는지와 같은 문제가 제기된다.
법과 컴플라이언스, 윤리는 모두 기업의 행동을 일정한 기준에 맞추는 데 관련되어 있지만 역할은 다르다. 이 차이를 분명하게 이해하지 못하면 윤리를 법규 준수로 축소하거나 반대로 윤리를 근거가 불분명한 개인적 가치판단으로 이해할 수 있다.
법은 기업행동의 기본적인 외부 기준을 제공한다
법은 사회가 기업과 개인에게 요구하는 행동의 중요한 기준을 정한다. 기업은 사업을 수행하면서 적용되는 법률과 규제를 지켜야 하며, 이를 선택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 또한 법은 금지되는 행동과 의무를 비교적 명확하게 제시하고 위반에 대한 제재의 근거를 제공한다. 따라서 기업행동을 판단할 때 법률 준수는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이다.
그러나 기업이 마주하는 모든 구체적인 상황을 법으로 미리 규정하기 어렵다. 기술과 시장이 빠르게 변하면 법적 기준이 마련되기 전에 새로운 사업과 행동이 등장할 수 있다. 같은 법률 안에서도 여러 선택이 가능할 수 있으며, 합법적이지만 사회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만들 수 있는 행동도 존재할 수 있다. 법은 기업윤리와 분리된 기준이 아니라 윤리적 행동의 중요한 기반이지만, 책임 있는 기업행동의 모든 내용을 완전히 규정하는 기준은 아니다.
컴플라이언스는 법과 기준을 실제 행동으로 구현한다
법과 규정을 알고 있다고 해서 기업이 자동으로 이를 준수하는 것은 아니다. 외부 기준을 조직의 정책과 절차로 바꾸고, 구성원이 이해하도록 교육하며, 필요한 통제와 신고·조사체계를 운영해야 한다.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컴플라이언스이다.
컴플라이언스는 기업이 지켜야 할 외부·내부 기준을 실제 업무와 행동으로 전환하는 관리체계이다. 따라서 법이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제시한다면 컴플라이언스는 기업이 그것을 실제로 어떻게 지킬 것인가라는 문제를 다룬다.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이 효과적으로 운영된다고 해서 모든 윤리적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규정에 포함되지 않은 새로운 상황이나 법적으로 허용되는 선택 사이에서 무엇이 더 책임 있는지를 판단해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컴플라이언스는 윤리적 행동의 중요한 기반이지만 윤리적 판단을 모두 대신하지는 않는다.
윤리는 법과 규칙이 충분하지 않은 곳에서 판단을 확장한다
기업윤리는 법을 넘어서는 문제를 다루지만 법을 무시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법과 컴플라이언스가 제공하는 기준 위에서 더 넓은 책임을 살펴본다.
예를 들어 고객 데이터를 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고객이 합리적으로 예상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이용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별도의 판단이 필요할 수 있다. 법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권리가 있더라도 상대방이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공정한지 검토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에서는 단순히 허용되는가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상대방의 권리와 기대는 무엇인지, 기업이 자신의 힘과 정보를 부당하게 이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
윤리는 법과 규칙의 바깥에서 임의로 판단하는 활동이 아니라 규칙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책임과 가치의 관점으로 판단의 범위를 확장하는 활동이다.
윤리와 컴플라이언스를 서로 대신하게 해서는 안 된다
일부 기업에서는 윤리를 강조하면 세부적인 규정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구성원이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면 복잡한 정책과 통제가 없어도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직은 개인의 선의만으로 운영되기 어렵다. 중요한 위험에는 명확한 기준과 책임, 통제가 필요하며 법적 의무는 구체적인 절차를 통해 실행되어야 한다. 반대로 규정과 통제를 충분히 만들면 윤리적 판단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구성원이 규정에 없는 상황을 만나거나 여러 규정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더 넓은 판단기준이 필요하다.
윤리와 컴플라이언스는 서로 대체하는 관계가 아니다. 컴플라이언스는 기업의 최소한의 의무와 내부 기준을 안정적으로 실행하도록 하고, 윤리는 그 기준이 완전한 답을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책임 있는 선택을 가능하게 한다. 좋은 기업은 규정이 있기 때문에 지키는 능력과 규정이 없어도 책임 있게 판단하는 능력을 함께 갖추어야 한다.
법·컴플라이언스·윤리는 하나의 책임체계를 이룬다
법과 컴플라이언스, 윤리를 서로 완전히 분리하면 실제 기업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렵다. 법은 기업이 따라야 할 기본적인 외부 경계를 정한다. 컴플라이언스는 그 요구와 기업의 정책을 조직의 실제 행동으로 구현한다. 윤리는 그 과정에서 법과 규칙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선택을 가치와 책임의 관점에서 판단하도록 한다. 이를 하나의 흐름으로 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법은 최소한의 외부 기준을 제시한다면 컴플라이언스는 그 기준을 조직의 행동으로 구현한다. 그리고 윤리는 법과 규칙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책임 있는 판단의 기준을 제공한다
세 영역은 역할이 다르지만 서로 연결되어야 한다. 윤리적 가치가 없는 컴플라이언스는 규정을 형식적으로 피하지 않는 수준에 머물 수 있고, 실행체계가 없는 윤리는 좋은 의도의 선언으로 남을 수 있다. 책임 있는 기업은 법을 지키는 데서 출발하고, 컴플라이언스를 통해 그 기준을 실제 행동으로 만들며, 법과 규칙만으로 답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윤리적 판단을 통해 자신의 책임을 확장한다. © grcbusi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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