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기업이 행동강령을 만들고 컴플라이언스 정책을 운영하며 정기적인 교육을 실시한다. 신고채널을 마련하고 전담조직을 두는 기업도 많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를 갖추었다는 사실만으로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이 효과적으로 작동한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의 실효성은 제도의 존재보다 실제 작동방식에서 확인해야 한다. 기업의 중요한 준수위험이 프로그램에 반영되어 있는지, 구성원이 기준을 이해하고 실제 업무에서 적용하는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발견하고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효과적인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은 문서와 절차의 집합이 아니라 기업의 준수책임을 실제 행동으로 전환하는 관리체계이다.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의 존재와 실효성은 다르다
기업이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구축할 때 가장 먼저 눈에 보이는 것은 제도와 문서이다. 행동강령과 정책을 만들고, 교육자료를 준비하며, 신고채널과 담당조직을 마련한다. 이러한 요소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필요하지만 그 존재 자체가 프로그램의 효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정책이 있어도 구성원이 내용을 알지 못하거나 실제 업무와 맞지 않으면 행동을 바꾸기 어렵다.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더라도 형식적으로 이수하는 데 그친다면 복잡한 상황에서 올바른 판단을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신고채널이 존재해도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중요한 정보가 조직 안에서 드러나지 않는다.
따라서 프로그램을 평가할 때에는 무엇을 갖추고 있는지만 확인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각 제도가 왜 필요한지, 실제로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기대한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는지를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의 가치는 제도의 수나 문서의 분량이 아니라 기업이 지켜야 할 기준을 실제 행동으로 만들어내는 능력에서 결정된다.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은 기업의 실제 위험에 맞아야 한다
기업마다 사업과 규제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중요한 컴플라이언스 리스크도 다르다. 여러 국가에서 대리점과 중개인을 활용하는 기업과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동일한 위험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다른 기업의 정책이나 프로그램을 그대로 가져오면 실제 위험과 관리활동 사이에 간격이 생길 수 있다. 중요하지 않은 영역에는 지나치게 많은 절차가 만들어지는 반면 정작 기업이 크게 노출된 위험은 충분히 관리되지 않을 수도 있다.
효과적인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은 기업의 사업모델과 조직구조, 시장과 거래방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어떤 준수의무가 중요한지, 어느 업무와 지역에서 위반 가능성이 높은지, 어떤 구성원과 제3자가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는지를 이해한 뒤 필요한 관리수단을 선택해야 한다.
이러한 접근은 모든 위험에 동일한 통제를 적용하는 것과 다르다. 위험이 높은 영역에는 보다 강한 승인과 검토, 교육과 모니터링을 적용하고 상대적으로 위험이 낮은 영역에는 그에 맞는 수준의 관리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이 기업의 실제 위험과 연결될 때 제한된 자원을 중요한 문제에 집중할 수 있다.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은 예방·발견·대응을 함께 갖추어야 한다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의 중요한 목적 가운데 하나는 위반을 예방하는 것이다. 명확한 정책과 절차를 만들고 구성원을 교육하며 위험이 높은 업무에 적절한 통제를 적용하면 위반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그러나 예방만으로 모든 문제를 막을 수는 없다. 정책이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하거나 누군가 의도적으로 통제를 우회할 수 있으며, 관리자가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프로그램에는 이미 발생했거나 진행 중인 문제를 발견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상담과 신고채널, 모니터링과 데이터 분석, 관리자의 검토 등은 문제를 발견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위반 가능성이 확인되면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며, 피해가 있다면 이를 시정해야 한다. 문제가 발생한 원인을 분석하여 정책과 통제를 개선하는 과정도 뒤따라야 한다.
이러한 활동은 서로 분리되어 있지 않다. 대응과정에서 발견된 문제는 새로운 예방활동의 근거가 되고, 모니터링 결과는 정책과 교육을 수정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따라서 효과적인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은 예방 → 발견 → 대응 → 개선이 서로 연결되어 지속적으로 작동하는 구조를 가져야 한다.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은 사업과 분리되어서는 안 된다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이 전담부서의 업무로만 운영되면 실제 사업과 프로그램 사이에 간격이 생기기 쉽다. 컴플라이언스 조직은 정책을 만들고 교육을 제공하지만 현업은 이를 별도의 행정절차로 받아들이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준수기준이 필요한 순간은 대부분 사업활동 안에서 발생한다. 새로운 고객과 거래할 것인지, 특정 제3자를 사용할 것인지, 계약조건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 금품이나 접대를 제공할 수 있는지와 같은 판단은 일상적인 업무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은 이러한 의사결정 과정에 자연스럽게 포함되어야 한다. 필요한 검토와 승인이 업무 흐름 안에서 이루어지고, 구성원이 의문이 있을 때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사업환경이 변하면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도 그 변화에 맞추어 조정되어야 한다.
컴플라이언스와 사업을 통합한다는 것은 모든 의사결정을 전담부서의 승인을 받도록 만든다는 의미가 아니다. 현업이 자신의 준수책임을 이해하고 필요한 경우 전문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은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개선되어야 한다
한 번 잘 설계한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이 계속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사업이 변하고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며 규제가 바뀌면 준수위험도 달라진다. 새로운 기술과 거래방식이 등장하면 기존 정책이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나타날 수도 있다.
기업 내부에서 발생한 사건도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특정 유형의 신고가 반복되거나 같은 위반이 다시 발생한다면 기존 통제나 교육이 충분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오랫동안 문제가 보고되지 않는 상황도 실제로 문제가 없는 것인지, 문제를 발견하거나 제기하기 어려운 것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기업은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살펴보고 새로운 위험과 실제 운영경험을 반영해야 한다. 정책과 절차를 수정하고, 교육대상을 조정하며, 필요한 경우 책임과 자원의 배분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효과적인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은 완성된 제도가 아니라 변화하는 사업과 위험에 맞추어 계속 작동하고 개선되는 관리체계이다.
좋은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 또한 많은 제도를 갖춘 프로그램이 아니라 기업의 실제 준수위험을 반영하고, 예방·발견·대응을 사업활동에 연결하며, 경험과 변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프로그램이다. © grcbusiness

댓글
댓글 쓰기